[특파원리포트] 미국의 인종차별 남의 일 아니다
흑인·남미계 구직자, 취업과정 불이익… 평등교육 무색다문화 사회 한국도 소통 노력 해나가야세계일보 입력 2014.09.28 19:29 수정 2014.09.28 20:34
얼마 전에 미국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에 관심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재미가 있으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기사였다. 멕시코 출신의 미국인 청년 호세 사모라(32)의 구직 이야기였다. 그는 매일 인터넷을 뒤지면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곳에 하루 평균 50∼100통의 이력서를 보냈다. 눈물 어린 노력에도 그는 단 한 곳에서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그는 이력서를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1주일 만에 메일함이 가득 찼다. 어떻게 해서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이력서 내용을 바꾼 건 하나도 없다. 다만 자기 이름 'Jose Zamora'에서 철자 'S' 1개를 뺐을 뿐이다. 남미계 이름인'호세'(Jose)가 백인들이 흔하게 쓰는 이름 '조'(Joe)로 바뀐 것이다. 미국 사회의 인종적 편견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흑인과 남미계 구직자 사이에 'whitewashing', 'whitening the Resume'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백인 이름 쓰기','이력서 세탁'쯤으로 번역될 수 있겠다. 흑인임을 연상시키는 '타하니 톰킨스'라는 이름을 'T.S 톰킨스'로 바꾸거나 흑인 계열 대학 기록을 감추고 유대계 대학 기록은 남기는 식이다. 흑인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도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
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진이 실험적으로 이를 입증했다. 연구진은 시카고와 보스턴의 일간지 구인광고를 보고 흑인계와 백인계 이름으로 같은 이력서 5000여장을 보내 응답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백인계 이름은 10개에 1번꼴로, 흑인계 이름은 15개에 1번꼴로 응답이 왔다. 자말, 라키샤, 타이론 같은 이름보다 에밀리, 토드, 사라와 같은 이름이 취직이 쉬운 것이다.
인종 편견은 취직 과정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길거리 불심검문 등 경찰의 대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콜로라도주 덴버시 경찰서가 경찰관을 상대로 모의 사격실험을 한 결과 무장한 백인보다 무장한 흑인에게 사격을 하는 반응이 훨씬 빨랐다. 반면, 총을 쏘지 않겠다는 결정은 비무장의 흑인보다 비무장의 백인에게 훨씬 빨리 이뤄졌다.
1964년 7월2일 민권법 제정으로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미국인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종교와 성, 인종, 장애 등에 따른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 그런데도 미국 사회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를 부른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18)의 총기 사망 사건이 비근한 사례다.
박희준 워싱턴특파원인종차별을 먼 나라 미국의 문제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거주 외국인이 16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로 바뀌었다. 하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는 비일비재하다. 시대 변화를 시민 의식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인종차별이라는 인식조차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다문화'는 '한국화'를 뜻한다는 지적이 많다.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널리 쓰이게 된 게 필리핀 등 동남아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다. 그들의 우리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이 마련됐다. 결혼 이주 여성을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동화시키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미국 대학에는 '문화 간 소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더불어 사는 방안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문화 간 소통에 대한 교육도, 교육을 할 전문가도 거의 없다.
앞으로 우리 다문화가정 자녀가 성장할수록 사회적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청소년기, 군입대, 취직, 결혼 시기를 거치며 예상치 못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지금부터 소통을 준비하지 않으면 차별과 갈등의 길을 피할 수 없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본능적으로 그는 이력서를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1주일 만에 메일함이 가득 찼다. 어떻게 해서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이력서 내용을 바꾼 건 하나도 없다. 다만 자기 이름 'Jose Zamora'에서 철자 'S' 1개를 뺐을 뿐이다. 남미계 이름인'호세'(Jose)가 백인들이 흔하게 쓰는 이름 '조'(Joe)로 바뀐 것이다. 미국 사회의 인종적 편견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흑인과 남미계 구직자 사이에 'whitewashing', 'whitening the Resume'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백인 이름 쓰기','이력서 세탁'쯤으로 번역될 수 있겠다. 흑인임을 연상시키는 '타하니 톰킨스'라는 이름을 'T.S 톰킨스'로 바꾸거나 흑인 계열 대학 기록을 감추고 유대계 대학 기록은 남기는 식이다. 흑인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도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
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진이 실험적으로 이를 입증했다. 연구진은 시카고와 보스턴의 일간지 구인광고를 보고 흑인계와 백인계 이름으로 같은 이력서 5000여장을 보내 응답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백인계 이름은 10개에 1번꼴로, 흑인계 이름은 15개에 1번꼴로 응답이 왔다. 자말, 라키샤, 타이론 같은 이름보다 에밀리, 토드, 사라와 같은 이름이 취직이 쉬운 것이다.
인종 편견은 취직 과정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길거리 불심검문 등 경찰의 대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콜로라도주 덴버시 경찰서가 경찰관을 상대로 모의 사격실험을 한 결과 무장한 백인보다 무장한 흑인에게 사격을 하는 반응이 훨씬 빨랐다. 반면, 총을 쏘지 않겠다는 결정은 비무장의 흑인보다 비무장의 백인에게 훨씬 빨리 이뤄졌다.
1964년 7월2일 민권법 제정으로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미국인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종교와 성, 인종, 장애 등에 따른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 그런데도 미국 사회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를 부른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18)의 총기 사망 사건이 비근한 사례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다문화'는 '한국화'를 뜻한다는 지적이 많다.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널리 쓰이게 된 게 필리핀 등 동남아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다. 그들의 우리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이 마련됐다. 결혼 이주 여성을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동화시키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미국 대학에는 '문화 간 소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더불어 사는 방안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문화 간 소통에 대한 교육도, 교육을 할 전문가도 거의 없다.
앞으로 우리 다문화가정 자녀가 성장할수록 사회적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청소년기, 군입대, 취직, 결혼 시기를 거치며 예상치 못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지금부터 소통을 준비하지 않으면 차별과 갈등의 길을 피할 수 없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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